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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s

미래 자율주행 모습을 그린 단편소설

by 토마스.dev 2024.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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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멀지 않은 미래의 어느 날,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새벽 다섯 시, 권영수(70세)는 어김없이 일찍 눈을 떴다. 오늘은 오랜만에 아들 권민재(40세)와 함께 여행을 가기로 한 날이다. 부드러운 조명만 켜놓은 거실 한편에 어제 미리 챙겨둔 짐가방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사실 영수는 설렘보다는 걱정이 컸다. 최근 민재가 구입했다는 ‘핸들이 없는 100% 자율주행 전기차’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스스로 달리고 멈추고 방향을 바꾼다니, 아무리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도 아직은 믿음이 잘 안 갔다.

잠시 뒤, 아들의 전화를 받고 집 앞에 나섰다. 은빛이 번쩍이는 매끈한 전기차가 눈에 들어왔다. 문이 열리자 내부는 마치 작은 카페처럼 넓고 안락해 보였다. 원형 시트가 서로 마주보게 배치되어 있고, 전면에는 스크린 패널만 있을 뿐 스티어링 휠(핸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 민재: “아버지, 걱정 마시고 타세요. 이제 직접 운전하는 것보다 자율주행이 훨씬 안전해요.”
영수: “에휴… 안전하다곤 해도, 내 운전 경력 40년인데 이젠 손 놓고 있으려니 어색하구나.”



영수는 어색함을 안고 조심스레 시트에 몸을 맡겼다. 문이 닫히자 은은한 조명이 켜지며, 목적지가 스크린에 표시되었다. 민재가 ‘출발’이라고 말하자마자 차량은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기 모터 특유의 조용한 ‘윙’ 소리만이 실내를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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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시내를 벗어나는데 도로 위에 “공사 중”이라는 안내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과거 같으면 차량 정체가 심했을 텐데, 요즘 자율주행 차들은 고속도로든 국도든 전부 ‘차량과 통신 가능한 표지판(스마트 로드사인)’을 인식하며 속도와 차로를 자동으로 조정한다.

이윽고 도로 가장자리에 **‘자율주행 가이드 시설’**이라는 팻말이 선명히 보였다. 노면을 보수하는 인부들이 아니라, 로봇 팔과 레이더 센서가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그 곁에는 자율주행 차량의 주행 경로를 조정하는 안내 장치들이 일렬로 설치되어 있었다.

> 민재: “저런 시설은 도로 정비와 동시에 차들이 올바르게 자율주행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들이에요. 차량이 표지판이랑 실시간 통신을 하니까 속도·차로·회피 경로 같은 걸 자동으로 계산하죠.”
영수: “하긴, 옛날에는 공사 현장마다 사람이 직접 교통정리했는데… 이젠 참 편리해졌네.”



도로 위 수많은 신호와 지점들이 차량 센서와 통합되어 운영되니, 교통 정체도 훨씬 줄었다고 한다. 영수는 점점 더 놀라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내가 낯설어하는 게 당연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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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은 얼마 지나지 않아 휴게소에 도착했다.
아들이 먼저 내리자, 시트가 자동으로 높이와 각도를 조절해 영수를 부드럽게 안내했다.
짐을 챙겨 내린 뒤, 둘이서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려고 돌아섰는데 차가 스스로 뒤로 물러나더니 조용히 휴게소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 영수: “어이쿠, 야! 우리를 두고 간다!”
민재: “정비소를 예약해놔서 잠깐 점검받고 충전도 하러 가는 거예요. 부모님 여행 가방은 다 내렸으니 걱정 마세요. 이따가 부르면 다시 여기로 오죠.”



예전이었다면, 차가 멋대로 움직인다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자율주행 차량이 알아서 주차하고, 스스로 점검 일정을 잡아 정비소를 들른 뒤 필요하면 집으로 가서 충전까지 마친다. 보험 시스템도 자율주행 차량에 유리하게 책정되어, 개인이 운전할 때보다 훨씬 저렴하다. 법이 바뀌어, 만약 차량이 사고를 낸다면 일단 제조사가 1차 책임을 지게 되어 있어 안전성 확보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다. 그마저도 사고가 극히 드문 편이라, 실제로 부담할 비용은 거의 없다고 했다.

> 영수: “글쎄, 혹시 운전 재미라는 게 있었는데… 이젠 다 기계가 알아서 하니 허전하기도 하구나.”
민재: “아버지도 젊으실 때는 차 몰고 전국 일주도 하고 그러셨다면서요? 저도 가끔 ‘직접 운전 코스’에 가서 취미 삼아 해보고 싶긴 해요. 일반 도로에서 운전하긴 쉽지 않지만, 그래도 취향이 맞으면 즐길 수 있도록 장소가 따로 마련되어 있더라고요.”



영수는 문득 옛 추억이 떠올랐다. 아내와 함께 전국 여기저기를 차로 여행했던 기억, 가끔씩 길을 잃어 헤매면서도 즐거웠던 순간들…. 하지만 지금은 도로 곳곳에 ‘자율주행 전용 표지판’과 데이터 센서가 달려, 길을 잃는다는 개념 자체가 사라진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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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차량을 호출하니, 몇 분 뒤 막 점검과 충전을 마쳤는지 말끔하게 돌아와 있었다. 두 사람은 차에 올라 이번에는 목적지인 숙소로 향했다. 하늘이 조금씩 밝아오자, 산과 강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 같으면 운전에 신경 쓰느라 풍경을 느낄 새가 없었겠지만, 지금은 탑승객이 차창 밖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조용히 창밖을 보던 영수는 어느 순간, 시대가 크게 바뀌었음을 다시금 실감했다. ‘핸들이 없어도 차가 굴러가고, 사고 책임도 제조사가 지고, 도로 곳곳에 자율주행 가이드 시스템까지 설치된 이런 세상이 과연 옳은가’ 하고 느끼면서도, 동시에 ‘이게 바로 안전하고 편한 삶이라는 거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적지 근처에 도착하자 차가 깔끔하게 속도를 줄이며 부드럽게 정차했다. 여유롭게 숙소 체크인을 마친 후, 영수는 우거진 숲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따뜻한 차 한 잔을 들이켰다. 그리고는 회상에 잠겼다.

> 영수: “이젠 정말 운전대를 잡을 일이 없어졌어… 예전엔 상상도 못했는데.”
민재: “아버지, 그래도 덕분에 편하잖아요. 길에서 고생할 일도 없고.”
영수: “그러게 말이다. 어쩌면 이제 이런 변화가 당연한 건지도 모르지.”



세상은 참 많이 바뀌었다. 20년 전, 자율주행이 어쩌고 했을 땐 허황된 미래 이야기처럼 들렸는데, 지금은 운전대 자체가 없는 차량이 거리를 누빈다. 어쩌면 더 거대한 변화가 이미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일단 오늘만큼은 편안한 여행을 만끽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노인은 달라진 풍경과 더불어, 저 먼 과거까지 그리워하며 아들과 함께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평온함에 적응하는 자신을 어색하면서도 조금은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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